월세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 많은 임차인(세입자)과 임대인(집주인)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그동안의 월세는 누가 내야 할까?” 이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으며, 계약이 어떻게 종료되었는지에 따라 책임의 주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률 용어가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몇 가지 핵심 원칙만 이해하면 내 권리를 지키고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의 시각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만 뽑아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한눈에 보는 상황별 월세 부담 책임
가장 먼저, 복잡한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핵심 요약표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자신의 상황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세요.
상황 (Scenario) | 월세 부담 주체 (Who Pays Rent) | 핵심 근거 및 참고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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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상적인 계약 만료 | 임차인 (기존 계약 만료일까지) | 계약 기간 동안의 월세 지급 의무는 당연합니다. 만료일 이후에는 임차인은 책임이 없으며,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것은 온전히 임대인의 책임입니다. |
2. 묵시적 갱신 후 계약 해지 | 임차인 (임대인이 해지 통보받은 날로부터 3개월까지)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에 따라 임차인은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으나, 법적 효력은 3개월 뒤에 발생합니다. 이 3개월간은 월세 지급 의무가 유지됩니다. |
3. 계약 기간 만료 전 중도 해지 | 임차인 (다음 세입자 입주 또는 원래 계약 만료일까지) | 이는 임차인의 계약 위반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임대인의 손해(남은 기간의 월세)를 배상할 책임이 발생합니다. 통상 다음 세입자를 구해주고 중개수수료까지 부담하는 조건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4. 보증금 미반환으로 퇴거 지연 | 임차인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 보증금 반환과 주택 인도는 동시이행 관계입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하지 못하고 계속 거주한다면, 그 기간 동안의 사용료(월세)는 지급해야 합니다. |
모든 문제의 시작점
위 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몇 가지 법률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이 개념들이 바로 월세 부담의 주체를 결정하는 열쇠입니다.
1. 계약 해지 통보: 모든 의사표현은 명확하게
임대차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표현’입니다. 계약을 끝내고 싶다면 그 의사를 명확히, 그리고 법이 정한 시기에 전달해야 합니다.
- 임차인(세입자)이 계약을 끝내고 싶을 때: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이번 계약이 끝나면 이사 가겠습니다”라고 통보해야 합니다.
- 임대인(집주인)이 계약을 끝내고 싶을 때: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보해야 합니다.
중요 포인트: 통보는 말로만 하기보다 문자, 카카오톡, 내용증명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해야 향후 분쟁 발생 시 명확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2. 묵시적 갱신: ‘침묵’이 만든 자동 연장
만약 위에서 정한 기간 동안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아무런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 ‘묵시적 갱신’이라는 법적 효과가 발생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계약의 갱신) ①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쉽게 말해, 서로 아무 말 없이 지나가면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2년 더 자동 연장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묵시적 갱신’이며, 월세 계약 만료와 관련된 많은 분쟁의 시작점이 됩니다.
시나리오별 월세 부담 책임 심층 분석
이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통해 월세 부담 주체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시나리오 1: 정상적으로 계약이 만료된 경우
가장 이상적이고 깔끔한 상황입니다. 임차인은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이사 의사를 밝혔고, 계약 만료일에 맞춰 짐을 빼고 집을 임대인에게 인도했습니다.
- 월세 부담: 임차인은 계약서에 명시된 마지막 날짜까지만 월세를 부담합니다.
- 핵심: 그 이후에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든, 한 달간 공실이 생기든 그것은 온전히 임대인의 사정입니다. 전 임차인에게 월세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사례: 김씨는 2025년 7월 31일이 월세 계약 만료일입니다. 그는 5월 10일에 집주인에게 “계약 만료일에 맞춰 이사하겠다”고 문자로 통보했습니다. 7월 31일 이사를 마쳤지만,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가 아직 안 구해졌으니 한 달치 월세를 더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결론: 김씨는 월세를 낼 의무가 전혀 없습니다. 그는 적법하게 계약 해지 의사를 통보했고, 계약 기간까지의 의무를 다했습니다.
시나리오 2: ‘묵시적 갱신’ 후 이사 가고 싶을 때
가장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계약 만료일이 지났는데, 뒤늦게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 생겼습니다.
- 월세 부담: 묵시적 갱신이 되면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효력은 임대인이 그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후에 발생합니다. 따라서 임차인은 이사를 갔더라도 이 3개월 치 월세는 반드시 부담해야 합니다.
- 핵심: ‘해지 통보 즉시 계약 종료’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3개월은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해 주는 최소한의 기간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묵시적 갱신의 경우 계약의 해지) ① 제6조제1항에 따라 계약이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사례: 박씨는 2025년 3월에 계약이 만료되었지만 별다른 통보 없이 계속 거주하여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습니다. 그러다 6월 1일, 갑자기 지방으로 발령이 나 집주인에게 “급히 이사를 가야 하니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통보했습니다.
결론: 계약 해지의 효력은 통보일인 6월 1일로부터 3개월 뒤인 9월 1일에 발생합니다. 따라서 박씨는 실제로 집을 비웠더라도 6, 7, 8월에 해당하는 3개월 치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시나리오 3: 계약 기간을 못 채우고 ‘중도 해지’ 할 때
아직 계약 기간이 1년이나 남았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입니다.
- 월세 부담: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입니다. 따라서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남은 계약 기간 전체의 월세를 지급하거나, 임대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 현실적인 해결책: 법대로 처리하면 임차인에게 매우 불리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임차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고, 새로운 계약에 대한 중개수수료(복비)까지 부담하는 조건으로 임대인과 합의하여 계약을 마무리합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까지의 월세를 부담하게 됩니다.
중요 포인트: 중도 해지는 임차인의 ‘권리’가 아니라 ‘부탁’의 영역입니다. 임대인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남은 기간 월세를 모두 물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내 권리를 지키는 현명한 대처법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하여, 임차인과 임대인 각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최종적으로 조언해 드립니다.
- 계약서와 달력을 확인하세요. 가장 기본은 계약 만료일을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달력에 만료일과 ‘만료 2개월 전’ 시점을 반드시 표시해두세요. 모든 계획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 모든 소통은 기록을 남기세요. 계약의 연장, 해지 등 중요한 의사 표현은 반드시 문자, 카톡, 이메일, 내용증명 등 증거가 남는 수단으로 하세요. “그때 그렇게 말했잖아요”라는 주장은 법적 분쟁에서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 ‘묵시적 갱신’의 3개월 규칙을 기억하세요. 만약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이사를 계획한다면, 최소 3개월의 월세는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예산에 포함해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지출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이 규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 분쟁 발생 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임대인과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 전문 기관의 상담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현명합니다.
‘월세 계약 만료’와 ‘다음 세입자’ 문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법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불필요한 금전적 손실과 감정 소모를 막고 소중한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